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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gital Camera History

Superman forward Montevideo 2009. 10. 28. 21:09

팬웨스트 레베카 PD1000 (2001년 6월 - 2009년 초반)

2001년 한창 스폰서 사냥에 재미를 붙이고 있을 때, 나의 레이더 망에 걸린 10만원 대 저가 상품. 경제신문을 보다가 출시 기사를 보고 스크랩 해 논 뒤 연락을 했다. 당시 개인 스폰서 요청에 많은 성공을 거두었기 때문에 회사를 설득시켜 협찬 받는 것에 대해 자신 있었다. email로 본사에 연락, 담당자를 만난 뒤 협찬 받았다. 당시 본사가 고양시에 있던 것으로 기억하고, 아파트형 공장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본래 목적은 대장정 기간 동안 사용할 예정이었는데, 거의 써먹지도 못했다. 잦은 비로 인해 꺼낼 염두도 나지 않았거니와 걸으면서 사진 찍을 수 있는 여유가 없었다. 이 사진기로 찍은 사진의 흔적은 거의 없고, NZ에서 Elva 가족과 찍은 사진 등 열 장 미만이 전부다. 메모리 카드가 카메라 내부에 내장되어 있었고, 화질은 일반 아날로그 카메라만 못한 것으로 기억한다. 그래서 NZ에 있는 동안 중고 필름카메라를 구입했는데, 그 카메라는 2002년 5월 임진각에서 분실했다.

이렇게 주인의 무관심을 받던, 중고 필름카메라 대접도 못받던 이 모델은 2009년 초반에 재활용 쓰레기통에 들어갔다. 컴퓨터 Cam으로 써볼가 했는데 이 시대 30만 화소는 공짜로 뿌려지는 휴대폰 카메라 성능에도 한참 못미치는 말 그대로 '구닥다리'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액정 화면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당시 고가였던 디지털 카메라의 존재를 소심하게 느껴본 것으로 만족한다. 당시 젊은 혈기에 감동해서 협찬해 주신 팬웨스트 관계자께 감사를 표한다.

그 즈음 협찬의 성공 기세를 몰아 삼성테크윈에도 노크를 했으나 보기 좋게 무응답 처리 당했다. 이 때 부터 삼성을 싫어했을까? 돈 없는 청춘 좀 도와주시지 그랬나요!!!

PD1000으로 찍은 사진; 잉크젯 프린터로 뽑은 사진을 스캔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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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기 전에 거울에 대고 찍은 사진이다.

Canon Powershot A30(2002년 봄 - 2003년 10월 25일)

디지털 카메라라고 감히 말할 수 있는 본격적인 모델이다. 모 단체에서 개최한 대회에서 받은 수상품이다. 당시 용산 전자상가에서 내수용품이 활개를 치던 시절(본인 역시 가격 경쟁성 때문에 내수용품을 이용했지만) 국내 LG상사에서 정식 수입하여 보증서까지 있었던 제품이다. 당시 가격으로 40만원 정도 호가했던 기억이 있다. 이 카메라를 사용하면서 향후 몇 년간 Canon을 사용할 수 밖에 없었다. 이유는 바로 CF 메모리카드. 최근까지 사용했던 카메라 역시 CF 카드가 들어가는 것으로 일부러 구입했다. 메모리카드를 낭비하기 싫었기 때문이다. 그 것만 아니었으면 여러 회사 제품을 골라 사용했을 텐데.

이 카메라로 재미 톡톡히 봤다. 당시 디지털 카메라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없어서 주변 사람들로부터 대여 요청을 꽤 받았다. 의외로 튼튼했던 이 카메라는 2002년 겨울 중국에서 스웨덴 친구에게 약간 비아냥(당시 300만대 화소가 막 등장할 즈음이었는데, 화소량만 빼고 아주 훌륭한 카메라라고 했다. 그 친구 눈에는 130만 화소는 우습게 느껴졌음을 인정하는 바임)을 들었지만, 나름 잘 버텨주다가 2003년 다른 사람 손에게 중고로 팔렸다. 최후의 순간까지 주인에게 많은 것을 안겨주고 떠났다.

A30으로 찍은 사진; 신에게 다가서는 행위는 결코 쉽지 않도다.캄보디아 앙코르 와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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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non PowerShot A70(2003년 10월 - 2004년 11월)

화소에 대한 배고픔을 해결하기 위해 PowerShot A30을 팔고, 내수용품으로 인기를 달리던 A70을 구입하였다. A30을 팔고 난 돈에 더 보태 구입했던 것. 앞서 말했지만 당시 Nikon이 돌풍을 일으키고 있었으나, CF 메모리카드가 들어가는 모델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 디자인과 작동법은 A30과 매우 비슷했기 때문에 익숙해지는 데에는 그다지 많은 시간이 소요되지 않았다. 이 카메라를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휴대용 건전지가 들어가기 때문이다. 배터리 문제 때문에 고민하는 게 싫었다. 그러나 후에는 너무 큰 사이즈 때문에 그 뒤 카메라는 충전용 배터리가 있는 것으로 바꿨다. 요즘은 배터리 들어가는 카메라를 구하기 힘들 정도다. 수요가 없으니 공급을 하지 않는 것. 그만큼 세계 어디를 가도 전기를 사용하는 데는 큰 문제가 없다는 말이다.

잔고장이 몇 번 있었기에 남대문 카메라 상가를 몇 번 다녀왔다. 그래도 이 곳 저 곳 싸돌아 다니는 주인장 따라 많은 추억을 남겨준 카메라이다. 큰 오류 일으키지 않고 고마운 장면 많이 담아준 카메라.

2004년 12월. 이 카메라의 최후의 행방은 모른다. 분명 二里庄南口 집 앞에서 내린 1.2위엔 택시 안에서 사라졌을 것이다. 당시 택시를 타면 항상 영수증을 받는 버릇을 들였는데, 택시 회사로 전화를 걸었지만, 역시나 찾을 수 없었다. 수동모드로 했을 때 화질이 아주 안좋았는데, 거칠게 사용하는 주인 만나 고생만 하다가 실종되었다. 안타까움과 섭섭함이 밀려옴과 동시에 카메라 없으면 살 수 없었던 그 시절, 새로운 카메라 구입할 생각에 까마득했다. 베이징의 상술에 어찌 잘 대처해야 할까... A30에 기본으로 딸려왔던 CF 카드 역시 실종됨은 물론이다.

그래서 카메라 사진도 없다. 인터넷에 떠다니는 사진만으로 모델의 외관을 볼 수 있다.

A70으로 찍은 사진; 이 지경이 되도록 버텨준 것만으로 고맙다. 北大西门 羊肉串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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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non Ixus 500(2004년 12월 - 현재)

최근까지 버텨준 카메라. 사진에서 보면 외관에 상처가 어마어마하다. 실제로 본다면 그 상처에 놀래지 않은 사람이 없을 것. 특히 2006년 9월 14일 시가체에서 바닥에 질질 끌리는 사태가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내장은 굳건히 버텨준 고마운 카메라이다. A70을 분실한 뒤에 돈을 악착같이 모은 후 베이징 중관춘을 세번 정도 탐사한 뒤, 그리고 한국에서의 가격 동향을 조사한 후 구입한 것이다. 당시 4000위엔 정도 줬던 것 같다. 처음으로 건전지 배터리가 아닌 충전식 배터리용으로 구입하였다. 그 뒤 배터리만 6개 소진할 때까지 썼다.

위에 보이는 것 처럼 LCD화면이 먹통이 되어서 바꾼 계기다. 사실 촬영을 하는데 가장 중요시하는 것이 수평 맞춤인데 View Finder만으로 맞추기 힘들었고, 특히 동영상 촬영에 매우 힘들었다. 2009년 한국시리즈만 아니었다면 지금도 이 카메라로 버티고 있을지 모르겠다. Compact임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화질을 자랑했고, 자동모드로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담고자 하는 나의 취향에 잘 대응해준 고마운 카메라이다. 액정이 고장나 서비스센터에 몇 번 찾아갔으나 액정 교환만 5-6만원이라 길래 과감히 새 카메라를 구입하기로 했다. 한국시리즈 이종범 선수 타석 때 마다 동영상을 찍고 싶어서이다.

크기도 담배갑 만해서 항상 바지 주머니에 넣고 다녔다. 케이스 없이 버텨준 것만으로 정말 고마운 카메라이다. 중국에서 서비스센터 3번 갔고, 한국에서는 2번 정도 다녀온 것 같다.

현재는 서랍 속에 있다. 가장 정이 가는 카메라이다. 비록 늙고 병들어 물러났지만 이 녀석과의 추억은 결코 잊을 수가 없다.

IXUS 500으로 찍은 사진; 백두산 천지. 평소 행실이 좋아서 구름 한 점 없는 천지를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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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ujifilm Finepix J10(2009년 10월 23일 - 현재)

CF 메모리 카드를 사용하지 않은 카메라로 결정했다. 그 이유는 CF 메모리 카드를 지원하는 laptop이 별로 없었고, 사실 리더기를 가지고 다녀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기 때문이다.  덧붙여, 가지고 있는 CF 메모리 카드의 용량이 256M가 최대라서 항상 부족함을 느껴서 용량 넉넉한 메모리 카드를 구하기로 마음 먹고 있었던 터였다. 사실 Lumix가 사고 싶었으나 재정적인 이유로 가장 저렴하게 나온 이 모델을 선택했다. 어차피 험하게 사용할 것이기 때문에.

구입하면서 큰 오류 없이 제발 3년만 버텨달라고 빌었다. 사실 8.2Mega pixel이면 요즘 나온 휴대폰 카메라에서도 지원하는, 그다지 뛰어난 화소가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인화를 해보니 500만 화소도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화소에 대한 욕심은 그다지 크지 않았다. 훗날 DSLR을 사용하게 된다면 화소 욕심이 생길까 Compact에선 큰 바램 없다. 찍은 사진 오류만 안나면 고마울 뿐이다. 그래서 배터리도 여분을 구입하지 않았다. 기존에 카메라를 구입하면 배터리를 항상 넉넉하게 더 구입했었는데. 아마 기존의 생활과 앞으로의 생활이 달라질 거라는 스스로의 다짐 때문에 사지 않은 것 같다.

J10으로 찍은 사진; 이런 멋진 장면을 새로운 카메라에 담을 수 있는 난 행복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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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 기술이 뛰어나진 않다. 학창 시절 어깨 넘어로 배웠다고 하지만 쇠 귀에 경 읽기였다. 하지만 최대한 수평을 맞추고, 아름다운 색을 발현하기 위해 노력은 한다. 사진이 의도한 바 대로 나오지 않는다고 해서 기계를 탓하고 싶지는 않다. 대신 그 장면을 담기 위한 욕심이 강했는지 뒤돌아 보게 된다. 있는 그대로 담아내는 것이 더 아름다운 사진이라는 것이 평소 지론.

찍은 사진은 손대지 않는다. 물론 여러 응용프로그램을 다루지 못한 이유가 가장 크지만, 셔텨 누르는 순간에 얻어진 내용을 억지스레 조작하고 싶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직까지 DSLR에 다가서지 못한 이유도 있으리라.

스스로를 위한 사진이 아니라 타인을 위한 사진이라면 좋은 기계 욕심이 날 법도 하다. 가끔 변변치 않은 사진들을 작품이랍시고 보여줄 때면 얼굴이 화끈거린다.

사진은 정지되어 있지만, 정지되어 있지 않다. 이 무슨 모순이냐고? 정지된 사진을 바라보는 우리의 눈은 비록 정지되어 있을지라도 그 것을 느끼는 우리의 마음은 온갖 상상력을 발휘해서 그 순간 전후 시간을 생각하게 되고, 그 당시의 날씨와 분위기, 냄새까지 그려볼 수 있는 행복한 움직임을 낳기 때문이다.

지금 사용하고 있는 카메라를 얼마나 사용할 수 있을지, 앞으로 어떤 카메라가 내 투박한 손을 거쳐갈지 모르겠다. 중요한 것은 그 기계 역시 내 수족과 같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