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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디 세즈 할아버지

Superman forward Montevideo 2011. 10. 12. 07:28
처음으로 메이져리그 구경 가던 날. 그저 시골 동네에서 이발관 안에 축음기에서 나는 듯한 해설자 목소리에 그래도 다행히 응원하는 팀이 우승을 자주해서 자연스레 야구를 접했던 인연으로 혹은 졸린 눈 비비면서 태평양 너머에서 일어나는 야구를 박찬호 선수 덕택에 조금이나마 봐오던 팔자로 끝날 줄 알았는데. 

아니 좀 더 발전해서 비록 무릎 조차 제대로 구부릴 수 없던 야구장에서 노란 막대 풍선이나 두들기면서 다음날 작취미성의 꼴로 살았던 팔자에 그것도 가장 많은 우승을 한 팀의 팬이라고 한양 바닥에서 자랑질하고 다닐 줄 알았는데.
 
야구장의 위압감은 푸른 잔디를 보기도 전에, 입장한 후 자리를 찾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타야 한다는 그 사실에 주눅이 들었던 그 날.
왜 이리 맥주값이 비싼지. 잠실에서는 2000원이면 시원한 맥주 한 잔 마실 수 있었는데.

촌놈티 안내려고 숨 죽이고 이 동네 사람들은 어떻게 야구를 보는지가 경기 내용보다 더 중요했던 시절.



한 할아버지를 보았습니다.

뭐, 지금도 두 귓구녕이 다 뚫린 귀머거리지만 당시는 더더욱.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것 같은데 도무지 알 수 없던 때. 이곳 저곳 주렁주렁 걸린 것도 많고, 팬 바닥을 땡~하고 치고 다니는데, 꼭 꽹과리 소리 같기도 하고. 언젠가는 이 또한 추억으로 남으리라 사진기를 들이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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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8월 29일이었고 화이트 삭스 전이었습니다. 

10년 만에 한국 땅에서는 노란 막대 풍선을 두드리는 사람들이 기쁨을 누렸고, 미국, 일본 땅에서도 또한 가장 많이 해먹었던 팀의 사람들이 기쁨을 누렸습니다. 

평일날 그것도 인디언 썸머가 이런 것이다라고 보여주는 듯한 32도의 더위 아래서 구역질 나는 이 곳 지하철을 타고 야구장까지 간다는 건 약간의 모험심이 필요했습니다. 이번 여름, 배출된 땀이 몸 전체의 수분은 둘째치고, 발과 맞닿아 있는 땅의 습기까지 빨아들일 정도로 많았는데 아직 남아 있나 봅니다. 새로운 구장도 볼겸 감행했던 길.
그 곳에서 경기 시작 전에 밤샘 연장경기를 보던 목동구장의 본인처럼 힘없이 앉아 있는 할아버지를 보았습니다.
8년 전이었지만 워낙 독특했고, 첫경험(?)이었기에 단 한 번에 그 할아버지임을 알아챘지요. (사실 쓸데없는 기억력; -_- )반가운 마음 반, 안타까운 마음 반. 반가운 마음에 인사라도 건네려고 했지만, 힘없이 늙어버린 모습을 보고 안타까운 마음에 뒤에서 비겁하게 셔텨만 눌렀네요.
그 때는 분명 좁은 관중석을 돌아다니며 팬을 치도록 유도하는 건강한 모습이셨는데, 오늘은 말 그대로 축 늘어져 계시더군요. 얼굴에도 검버섯이 가득 피어났고, 눈빛도 많이 약해지신 것 같았어요.

그래도 양키즈를 응원하는 열정은 여전했고, 팀을 응원하는 문구는 여전히 독특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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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8월 31일이었고 애슬레틱스 전이었습니다.



집에 돌아와 땀에 절은 몸 씻지도 않고 급한 마음에 여러 단어로 검색해봤더니 유명한 팬이시더군요. 이름은 프레디 슈만(http://en.wikipedia.org/wiki/Freddy_Schuman). 홈페이지도 있더군요.
상대적으로 짧은 한국 야구지만 그래도 각 구단마다 열성팬들이 있고, 올드팬들이 있지요. 자신의 삶을 반추해 볼 때 '난 야구팬이었어!'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팬들 앞에서 리그 역사가 중요하겠습니까? 신생팀에도 올드팬이 있다고 믿습니다. 올드는 단순히 수치적인 시간이 흐름이 아니라고 믿고 있기 때문입니다.

홈팀의 홈런쇼로 일방적으로 승부가 갈려 손에 땀은 나지 않았던 경기였지만, 프레디 세즈 할아버지를 보고 기분이 좋아 새벽에 잠 안자고 끄적여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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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도 소원했던 잔디밭 매일같이 질리지 않고 즐기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야구장 잔디를 보니 더욱 반가웠네요. 천생 야구팬인가 봅니다.
할아버지 홈페이지에 들어가니 메일도 받는답니다. 시간 내서 같은 야구팬으로서 이야기를 건네볼 생각입니다.

그나저나 할아버지를 포함한 모든 야구팬들이여! 건강히 행복하게 삽시다. 혹시 압니까? 오래 건강히 살다보면 이대호 선수가 도루왕도 하는 날도 볼 수 있지 않을까요???    *^^*